[t:/]$ 문화_

군도

2014/07/30

몇 년만에 극장가서 봤다. 회사 사람들과 봤는데.. 개그 포인트가 좀 남달랐는지, 나혼자 웃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이 뭐라뭐라 힐난했음 -_-;; 미안허요.

마카로니 웨스턴이다. 장르에 대한 설명을 전혀 못 듣고 들어온 사람들은 장엄하고 무게있는 혁명 영화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부제가 무려 "민란의 시대"다. 명백한 훼이크다.

장르는 마카로니 웨스턴이고 국내 영화로 비교하자면 놈놈놈의 조선시대 판이다. 코믹액션이고 케이퍼 무비다. 사람들이 헷갈려할까봐 감독은 처음부터 전형적인 마카로니 웨스턴의 음악을 뿌려댄다. 이것이 뒤로 갈수록 식상하다. 감독은 계속해서 친절하게 가이드를 한다. 음악을 들어봐요! 이건 마카로니 웨스턴 코믹액션이라고! 헷갈리지 말고 웃길 때 웃어주세요!

뭐 어쨌든 킬빌을 생각해보면 음악을 더 잘 썼어야 한다. 달파란, 장영규의 걸작 놈놈놈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건 그렇고 난 재밌게 봤고 코믹액션이라고 생각하면 스토리가 어쩌네 저쩌네 욕할 소관이 아니다. 잘만든 마카로니웨스턴 코믹액션이다. 액션의 합도 좋고 주연이 아닌 개별 연기자들의 연기와 발성이 어찌나 좋은지 보는 내내 움찔움찔했다. 강동원은 적절한 배역이었다. 벚꽃이 날린다. 꽃미남 악당이 음악도 깔고 목소리도 깔고 옷에 먼지하나 안 뭍히고 춤추듯 싸우는데 이게 안 웃겨? 중2병의 오의 발동! 안 웃김? 처녀귀신의 실루엣으로 나타나는데 안 웃김? 하정우는 뭐 할 말이 없다. 걍 달인이다.

감독판이 필요한 영화다. 찍어놓고 안 넣은 장면 예상해본다. 첫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방탄철갑을 넣고 나온 황야의 무법자 오마쥬를 찍었을 것이다. 강동원이 사격 연습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이  나중에 그닥 의미가 없다. 아마도 하정우가 도끼를 가슴에 품었든 뭘 집어넣고 있다가 총맞았는데 얼찐 표정으로 일어나 방탄철갑을 꺼내는 장면을 분명히 찍었다. 이 영화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조선시대 강동원이 방탄복을 입고 나와. 안 웃김? 진짜 안 웃김? (물론 개틀린건은 등장한다.) 둘째, 강동원과 하정우가 개싸움을 시작하며 그냥 엔딩내리는 편집이 존재했을 것이다. 아마도 시나리오의 흐름은 주유소 습격사건이나 신라의 달밤과 비슷한 느낌. 개싸움을 시작하며 즐거운 음악으로 유쾌하게 내리는 아리송한 열린 엔딩. 셋째, 혁명(=민란)의 측면을 부각시킨 씬들. 이성민이 찍어둔 장면이 꽤나 있을 것이다. 근데 이것저것 다 넣으면 영화 병신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과감히 들어냈을 것 같다. 넷째, 강동원 머리 자르는 씬이 있었을 듯. 아마도 대폭소. 그러나 여성 관객을 배려한 편집. ㅋㅋㅋ 감독 이 똘똘한 녀석아.

난 등신같은 오리엔탈리즘으로 범벅된 킬빌보다는 이 짝이 좋다. 장르적 벙찜 때문에 아마도 욕은 꽤나 먹을듯. 스토리가 뻔하네마네 하는 비판도 당연히 나올 것이다. 난 다 좋았다. 음악만 어떻게 좀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좀 있다. 시대극이 아니라 마카로니웨스턴임을 알리는 음악적 장치는 충분히 있었다. 놈놈놈을 보라고.

그리고 ......... 뭐랄까... 영화든 애니든 음악이든 오덕후들한테 취향적으로 좀 더 잘맞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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