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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크롤러

2009/04/01

오시이 마모루 작품.

음악은 역시 오시이 마모루와 거의 모든 작품을 같이 하고 있는 가와이 겐지가 하고 있다.

. . .

와따시와 다레?
Who am i?

나는 누구?

이런 질문은 세기말 분위기에 편승한 수많은 영화들이 다룬 상투적 떡밥이다.

그러나 오시이 마모루에게는 "천사의 알" 이래 일관된 기조로 탐구한 감독 본연의 주제로 볼 수 있다. 스카이 크롤러 역시 그 연장선에 있음을 극명히 드러낸다.

공각기동대의 마지막 장면. 양자점프적 진화를 얻은 쿠사나기는 응급 처치로 어린 아이의 의체를 얻는다. pic공각기동대

스카이 크롤러의 주인공 역시 쿠사나기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어린 아이의 몸을 갖고 있지만 사실 불사의 몸을 가진 어른이다. pic스카이크롤러

같은 설정이다. 감독은 작품마다 인류의 다음 인류가 어떤 형태일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것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어른에서 아이로 영원히 순환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인 점프에 의한 것이다. 중간 단계가 없다.

이 논조는 85년작 천사의 알에서 부터 일관된 것이다. 다만 패트레이버에서는 "집단적인 동시 각성", 공각기동대에서는 불연속적인 관념의 "해탈" 또는 "돈오돈수"였다면, 스카이 크롤러에 이르러서 드디어 "윤회"로 돌아선 느낌이 얼핏 든다.

천사의 알에서는 그림자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pic천사의 알

현생인류를 의미하는 사내들이 뛰어나와 물고기를 사냥한다. 물고기는 고대 어종인 실라칸스 형상인데 특이하게도 그림자만 있다.

작살을 던지지만 꽂히지 않는다. 즉, 잡을 수 없는 대상이다. 고대 물고기의 그림자는 허상적인 존재이며 이는 진화론에 대한 인류의 집착이 허상임을 암시한다.

그렇다고 감독은 진화론을 부정하거나, 무신론자를 반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현생 인류가 생명 진화의 종착점에 위치할 자격이 있는가? 그런 의문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pic pic공각기동대

진화의 가지. 즉 생명의 나무, 인류에게 그 마지막 자리에 위치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pic천사의 알

천사의 알에서는 공룡 화석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한때 진화 계통의 최종 위치를 차지한 파충류의 시대가 종료했음을, 선택받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이 공룡화석을 공각기동대에서는 아예 부숴 버린다. 공룡화석 테라코타는 전차의 공격으로 파괴된다.

pic공각기동대

진화론에 대한 인류의 집착을 관조하던 감독의 입장에 어떤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오컬트물에서 종종 인용되는 생명의 나무 장면을 보면 또다른 의미를 얻을 수 있다. pic천사의 알

감독이 고민하고있는 뉘앙스는 대체로 이런 것 같다. 현생 인류는 뭔가를 잡듯이 위로 쭉 뻗으려고 했다. (85년 천사의 알) 그러나 인류는 이제 폐기가 임박한 것 같다. 새로운 신인류가 필요한 것 같다. (95년 공각기동대)

물론 감독은 관객을 계몽하려 들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범인류적인 고민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관조적으로 파고든다.

생명의 나무는 공각기동대에서 이런식으로 변화한다. pic공각기동대

박물관에서 전차와 싸우던 쿠사나기의 몸짓을 따라 총알이 박힌다. homims는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를 뜻하는 것 같다. 생명의 나무 테라코타는 파괴되었고, homims의 명패는 간신히 자리를 지켰다.

여기에서 감독은 인류가 다음 인류로 나아가려면 불연속 점프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공각기동대에서 쿠사나기는 프로젝트 2051과 결합. 불연속 진화 점프를 이끌어냈다.

천사의 알에서 소녀는 어른 여자로 불연속 점프 진화로 다시 태어난다. pic천사의 알

공각기동대에서 쿠사나기는 불연속 점프 진화를 통해 신인류로 다시 태어난다. 2.0 리마스터에서 CG로 바꾼 장면인데 오히려 원작의 감흥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pic공각기동대

그토록 진화 하고 싶었던 소녀는 여자가 되었다. 현생 인류로서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소령은 신인류가 되었다.

한 편,
여자가 된 소녀. 이 여자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pic천사의 알

그토록 진화하고 싶었던 AI. 프로젝트 2051. pic공각기동대

현생인류의 다음인류에 대한 고찰. 그 긴 여정 끝에, 감독은 비교적 친절한 메시지를 남기며 공각기동대를 맺는다.

pic pic공각기동대

자 다음 인류는 어떤 형태일까.

스카이크롤러의 윤회일까?

덧.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게는 특별히 애착을 갖는 장치가 몇 개 있다.

소련제 하인드 디형의 공격 헬기.
슬로우 모션으로 떨어지는 탄피들.
부서지는 유리창의 산개.
물.
어안렌즈로 보는 일그러진 자아.
연주곡 하나를 통째로 할애하는 비내리는 고요.

등등...

그리고 특이하게도 "개"가 있다. 아바론, 패트레이버, 스카이 크롤러 할 것 없이 등장한다.

pic공각기동대

오시이 마모루에게 "개"란 온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객관적이고 오래된 인류의 관찰자인 듯 싶다.

덧2.

나는 불만이지만 매트릭스는 오마쥬라한다. 콘티까지 비슷한 문제의 장면들이 많이 알려져있지만, 흔히 알려지지 않은 장면 하나.

pic천사의 알

천사의 알 85년작. 저거 까면 대머리 아저씨가 플러그 꽂고 누워 있을 것 같다.

pic pic공각기동대

공각기동대 95년작. 많은 관객이 어... 어...? 저거.. 어...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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