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전작 50화 합쳐 100화를 잘도 달려왔다. 건담 씨드는 그럭저럭 잘 봤고. 데스티니는 정말 띄엄띄엄 생각날 때 봤다.
한 번 밀리면 다시 찾아볼 수 없는 압박. 신작도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건담이 날개달고 날아다닌 이후부터 안 본다고 하지만, 정작 건담은 애초부터 환장의 개념이 있었다. 완구 산업과 밀결합이 되어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3단 합체가 유치하게 뭐냐고 하지만 코어파이터가 있었다. 하지만 임펄스는... 아.. 으.. 읔..
건담은 탄생부터 "거의" 슈퍼로봇일 것이다. 평론가나 팬층이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음성인식증폭명령시스템이 없고 (예 : 메칸더 미사일~ 버스터 비임 -> 크게 말할 수록 강력함) 어지간한 미사일에 부숴지고, 양산기가 있고, 주제가 전쟁의 참혹함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어른스럽다는 점에서 리얼로봇스럽긴 하다.
이것은 리얼리즘의 세계가 아니라 토미노가 창조한 판타지이며, 세계관이라기 보다는 역사관이며, 과학적인 고증이라기 보다는 상상력의 시험 무대이다.
모든 건담 통틀어 턴에이 건담을 가장 감명깊게 봤다. 이 작품의 퀄리티적인 미덕은 요코칸노의 음악밖에 없는 것 같지만 시나리오와 복합적인 캐릭터가 좋았다. 건담을 빼면 주말드라마나 미국드라마라고 해도 될 듯 한 줄거리.
데스티니 파이널. 필시 회의를 통해서 전략적으로 결정된 아이템과 스토리와 기체를 배치해서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담씨드는 재미있다. 이글루스에 그 많은 매니아층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으로 기념비 적인 작품이다. 위에서 비아냥을 하긴 했지만 사실 훌륭한 작품이다. 애정이 갈만한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재미있는 50화였다.
건담씨드의 작가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리버리 일판 크게 벌려놓고 50화 파이널 한 판으로 끝내 인류보완계획적으로 정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50화에 들어서야 느낀 중요한 키워드가 생각났다. 오브의 주력기 "저스티스" 와 "프리덤", 오브의 역할 그것은 "자유"와 "정의=공평".
작가들은 좀 더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구연합쪽이나, 블루 코스모스를 위시로 한 프리메이슨류의 계급에 지배받는 현 시대의 "신자유주의"적인 가짜 자유와 플랜트, 듀랜달 의장을 중심으로 한 계획통제적인, 가짜 평등의 대결.
그리고 세계의 자유와 평등은 경제력과 과학기술이 막강한 오브(=일본인가..)가 이뤄낸다. 듀랜달의 캐릭터가 그렇다. 그의 계획은 인간의 유전적 보완이 세계의 통제적인 완전체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난감한 생각이다. 멜더스가 부활하여 인구론2를 찍고, 히틀러 부활하여 우생학 만만세교를 창제하자는 이야기인데 딱 중2병에 맞다.
듀랜달의 캐릭터는 진정으로 인류를 걱정하고 맹맹한 대중들한테 존경 받으며 효과적으로 매스미디어를 컨트롤 하니 초기 공산주의의 영웅들과도 닮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악인이었고 히틀러임을 스스로 자인하며 붕괴해갔다.
건담씨드 작가들은 듀랜달이라는 인물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브의 정체성, 프리덤과 저스티스, 자유와 정의에 대한 전쟁서사대하소설. 소설로 나와서 전투씬 대충 줄이고 캐릭터 갈등 구도를 잘 살리면 그것도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