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권력자나 부자가 미신에 의존하는 현상이 이해가 좀 가는데 논리는 이렇다.
이들은 본디 (자기들이 이해하는 방식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를 추앙하고 있는데, 고도화된 자본 지능의 오토매틱 시스템이 세상을 좌우하므로 노력과 능력이 본인들의 포지션을 이룩했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학벌이나 전문성을 인정받을 만한 뭔가의 타이틀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나의 지금의 위치는 노력과 능력이다. 설사 아빠가 준 기회라 할지라도, 우연히 만난 기회를 붙잡은 것도, 나의 노력과 능력이 기회를 살렸다. 자수성가 스토리나 가난까지도 뺏어가며 집착하는 것이 그거. 그래야 시스템이 정당하다. 내가 노력해서 능력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못 믿어요? 내가 미국 학위가 있다니까? 내 사돈이 우와와왕회장이고 오오와오앙판사랑 봉사활동 같이 다니는데 그 사람들이 날 왜 만나겠어요? 우와오아ㅘㅅ여사 갤러리에서 맨날 초대장이 온다니까. 거기 모이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요?
... 하고 보니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있는 불편한 진실 - 운빨 - 그것을 애써 못 본체 하는 것이다. 태어나보니까 아빠가 부자네? 히야.. 내가 그때 결정한 거 성공했으니까 크와왕 비지니스 리뷰에 실렸지 솔까 재수가 좋았던 것 같.. 내가 뭐 그거랑 이거랑 저거랑 다 알고 했남.. 황사장하고 왕의원이 된다켔는데...
... 그러고 세월은 흘러 권력도 부도 커졌고 지켜야 할 것도 커져만 간다. 어렵고 큰 결정의 순간은 끊임없이 찾아온다. 지금 이 결정을 내릴만한 능력이 내게 있을까. 우리 신령님이라면. 도사님이라면. 우주의 기운을 내게 닿게 해주지 않을까. 저기 김회장 이회장도 덕 봤다는데? 아니 내가 미신을 믿는 건 아닌데 박회장 신검사도 소문이 돌더라니까. 이게 심리 상담이나 카운셀링 같은 거에요. 내 안에 이미 결정된 결정을 이 사람들이 탁 하고 알아봐주는 거. 내가 AB형이라 논리적인 사람이야. 주일이면 교회도 가는데 내가 미신을 믿겠냐고? 이게 부적이 아니고 토템이에요. 프로작이나 청심환 같은 건데 걍 들고 다니는 거.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