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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노히데아키의 신호등

2006/04/01

pic 양평다녀오는 길.

안노 감독이 유난히 집착했던 소재 몇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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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뒤의 신호등 뒤의 신호등 뒤의 줄지어 선 신호등.
아지랑이 저편으로 보이는 언덕길 뒤의 언덕길 뒤의 언덕길 뒤의 줄지어 선 언덕길.

언덕길 굽이마다 여름 벌레소리.
방금 지나간 전철 바람 소리.
기차 건널목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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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왔다.
하교길에서는 늘상 소나기를 만나고.
구멍가게 처마 밑에서는 소년과 소녀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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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어찌할 바 몰라 낙숫물만 쳐다보다가는, .
레모네이드 병 안에서 달그락 거리는 구슬 소리가 정적을 부순다.
아스팔트 식는 냄새가 훅하고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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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이 플랫폼을 떠나면,
떠난 자의 흔적과 남겨진 자의 머뭇거림이 바람결을 타고 흘러다닌다.
혹은 떠나지 않은 자와 떠나버린자의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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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적 원근법의 신호등 속에는 묘한 감수성의 간격이 줄지어 서 있다.
처마 밑에 선 소년과 소녀사이에 늘상 있는 두 뼘 정도의
낙숫물이 고인 작고 얕은 웅덩이 두 개 만큼의
그런 묘한 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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